* 약간의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1. 현실적인 공포와 스릴러의 절묘한 결합
영화 <노이즈>는 ‘층간소음’이라는 일상적인 소재를 극도의 공포와 서스펜스로 확장시킨 작품입니다. 주인공 서주영(이선빈)은 귀를 다쳐 보청기를 착용하고 살아가는 인물인데, 동생 주희(한수아)와 함께 어렵게 마련한 아파트에서 생활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 행복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소음이 그녀들의 일상을 잠식하기 시작하죠. 소리는 단순히 거슬리는 수준이 아니라, 심리적 압박과 불안감을 극대화시키는 방식으로 묘사됩니다. 실제로 영화관에서 관람하면서 효과음의 볼륨이 상당히 높게 설정되어 있어, 관객인 저도 불편할 만큼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설정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스릴러 장르 팬들에게는 강한 몰입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선빈은 이번 작품에서 특유의 현실적인 연기와 감정 표현으로 시청자를 주인공의 입장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공장에서 야간 근무를 하다가 동생의 실종 소식을 듣고 급히 집으로 돌아와 사라진 동생을 찾는 과정은 숨이 막힐 만큼 긴박하게 그려집니다. 여기에 김민석이 연기한 기훈은 주희의 남자친구로, 위험을 무릅쓰고 사건을 함께 파고드는 캐릭터로 등장해 극의 긴장감을 배가시킵니다. 초반부의 ‘현실적인 스릴러’ 분위기는 특히 강렬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혹시 내 주변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일 아닐까?’라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2. 후반부의 장르 변화와 호불호
영화는 중반부까지 층간소음을 둘러싼 갈등과 실종 사건, 그리고 의심과 불신이 얽힌 ‘현실 공포’의 맥락을 잘 유지합니다. 특히 류경수가 연기한 아랫집 주민 박근배는 초반부터 위협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그의 의심과 집착은 점차 폭력적인 행동으로 치닫습니다. 관객으로서도 “혹시 진짜 범인이 아닐까?”라는 의심을 하게 되는 캐릭터이죠. 그러나 이야기가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영화는 ‘초자연적 공포’로 급선회합니다. 귀신의 등장과 오컬트적인 요소가 결합되면서 기존의 리얼리즘 기반 긴장감과는 결이 달라집니다. 이 장르 변화는 상당히 과감한 선택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예고편과 초반 분위기를 보고 ‘끝까지 현실적인 추격 스릴러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갑작스럽게 귀신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당황스러움이 있었습니다. 다만, 이런 변화를 통해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단순한 ‘층간소음 범죄’의 틀을 넘어, 인간 내면의 죄책감과 두려움을 초자연적인 방식으로 형상화한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후반부의 공포 연출은 빛과 그림자, 폐쇄된 공간의 답답함, 그리고 불규칙한 효과음을 적극 활용해 시각·청각 모두를 자극합니다. 이 부분에서 관객 반응은 양분됩니다. 현실적인 스릴러를 기대한 사람들은 아쉬움을 표하지만, 오컬트와 심리 공포를 좋아하는 관객들은 ‘예상치 못한 전개 덕분에 더 재미있었다’고 평가합니다.
3. 인상적인 연기와 개인적인 관람 소감
이선빈은 이번 영화에서 강인함과 불안함을 동시에 표현하며 주연 배우로서의 저력을 보여줍니다. 특히 귀에 보청기를 착용한 상태에서 주변 소리를 인식하고 반응하는 디테일은, 실제 청각 장애인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듯한 리얼함을 줍니다. 김민석은 결단력 있는 연기로 ‘믿을 수 있는 동반자’ 캐릭터를 완성했고, 류경수는 불안정하고 위협적인 인물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습니다. 여기에 전익령, 안석현, 문성근 등 조연 배우들이 캐릭터에 맞는 존재감을 발휘해, 영화의 서사와 몰입도를 뒷받침합니다. 제가 이 영화를 관람한 날은 개봉 2주 차였는데, 이미 입소문을 타고 관객이 꽤 많았습니다. 특히 중후반부에서 효과음이 갑자기 커지는 장면이 많아, 주변 관객들이 동시에 놀라는 모습이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는 ‘결국 이 영화는 공포라는 장르를 빌려 인간의 외로움과 불신, 그리고 공동체 붕괴를 보여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르적인 재미와 메시지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초반부의 리얼리즘 스릴러 분위기를 끝까지 이어갔다면 더 강렬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해외 개봉까지 확정된 만큼, 한국형 공포 스릴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