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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이러스> 극장 후기

by Mr.츄 2025. 8. 6.

영화 &lt;바이러스&gt; 극장 후기

2025년 5월 7일 개봉한 영화 <바이러스>는 유쾌하고 독특한 설정 속에서도 묵직한 메시지를 담아낸 로맨틱 드라마입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며 세상이 핑크빛으로 물드는 기묘한 현실, 그리고 그 안에서 진짜 감정과 관계를 다시 되짚어보는 이야기. 배우 배두나와 김윤석, 손석구의 열연은 물론, 장르의 경계를 유쾌하게 넘나드는 전개가 인상 깊었습니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이 영화가 그려낸 ‘감염된 사랑’의 온기가 마음에 남아있습니다.

웃기고 무섭고, 그러면서도 가슴 아픈 ‘러브 바이러스’

처음엔 이 영화가 코미디일 줄만 알았습니다. 소개팅 하루 만에 갑자기 눈이 반짝이고, 길가의 모든 것이 사랑스러워 보이고, 혼자 웃다가 눈물까지 글썽이는 여자 주인공 옥택선(배두나)의 변화는 관객의 웃음을 자아냅니다. 그러나 그 웃음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그녀의 변화가 치사율 100%의 감염병, '톡소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며, 모든 감정과 호감이 전부 '병의 증상'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분위기는 일순간 반전됩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바이러스'라는 상징을 통해 전염병 공포를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도리어 인간의 감정, 특히 사랑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죠. 나는 지금 정말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저 화학 반응일 뿐일까? 그리고 이 감정이 곧 죽음을 불러온다면, 그것마저도 감내할 수 있을까? 제가 영화를 본 건 개봉 후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는데, 극장에서조차 관객들이 장면마다 숨을 죽이며 몰입하는 걸 느꼈습니다. 특히, 밝고 엉뚱했던 주인공이 점점 병증이 심해지며 혼란스러워하고, 그 감정을 붙잡으려 애쓰는 후반부는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 이상의 감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배두나의 미친 존재감, 김윤석과 손석구의 절묘한 조화

배두나는 <바이러스>에서 완전히 날아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연애 세포가 말라버린 채 살아가던’ 번역가에서, 하루아침에 세상이 핑크빛으로 보이는 감염자로 변해가는 과정은 때론 코믹했고, 때론 너무 아플 만큼 절절했습니다. 초반의 '약간 맛이 간 듯한 텐션'은 배두나가 아니면 소화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특히, 조증과 비슷하게 보일 수 있는 감정의 과잉을 우스꽝스럽지 않게 연기한 건 탁월한 감정선 조절의 결과라고 봅니다. 김윤석은 극중 백신 연구원 '이균' 역할을 맡아, 무게감을 담당합니다. 어쩌면 이 영화 속 유일하게 현실적인 인물이죠. 세상이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감염되어가는 것을 막으려는 인물로, 그는 감정을 믿지 않으며 오히려 그것이 두려운 사람입니다. 배두나와의 감정 신에서 보여준 절제된 감정 표현은, 감정과 이성을 둘러싼 주제와 맞물리며 큰 여운을 남깁니다. 손석구는 의외의 ‘센 존재감’으로 등장해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엉뚱한 소개팅남 ‘수필’로 등장하지만, 실은 백신 연구소의 핵심 인물이라는 반전이 있죠. 초반에는 단순한 ‘웃긴 캐릭터’ 같았지만, 영화 후반부에서 보이는 그의 진심 어린 대사와 무너지는 표정은, 이 영화가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사랑은 바이러스일까, 선택일까?”를 남기는 영화

<바이러스>가 특별한 건, 단순히 감염 소재의 설정 때문이 아닙니다. 이 영화는 보는 사람에게 ‘사랑은 감정인가, 질병인가, 아니면 선택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옥택선은 바이러스 때문에 사랑을 느끼게 되지만, 점차 자신이 진짜 원하는 감정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이균은 감정에 상처받고 감염을 막기 위해 애쓰지만 결국 그녀를 통해 진짜 감정에 눈을 뜨게 되죠. 극 중 반전이 하나 있습니다. 바이러스의 증상이 사라진 후에도, 옥택선은 어떤 감정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 그것은 기억일까요? 아니면 진짜 사랑일까요? 제가 극장을 나서며 가장 오래도록 남았던 건 바로 이 질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느껴왔는지 돌아보게 되었죠. 감염처럼 찾아온 감정이 진짜인지 아닌지 따질 수도 없고, 그것이 사라진다 해도 남겨진 건 결코 가짜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고 해야 할까요. 요즘처럼 감정이 피로해지고, 연애나 사랑이 가볍게만 소비되는 시대에 <바이러스>는 묵직한 질문을 조용히 던지는 영화입니다. 심장이 살짝 아파지더라도, 꼭 보고 나면 후회하지 않을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