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극장가에서 가장 따뜻한 눈물을 선물한 영화, <좀비딸>. 피 튀기는 좀비물이 아닌, 가족의 이야기로 재해석한 이 휴먼 코미디 드라마는 개봉 4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2025년 최고의 흥행작 중 하나로 등극했습니다. 조정석과 최유리를 비롯한 배우들의 명연기와 원작 웹툰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감동적인 전개는 관객들에게 단순한 재미 이상의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개인적으로도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여러 감정이 교차하며 긴 여운을 느꼈던 작품입니다. 요즘 천원 행사를 하면서 본 첫 영화로 대만족입니다.
코믹하면서도 뭉클한 이야기, 좀비물의 신선한 변주
<좀비딸>은 기존 좀비 장르에서 흔히 기대하는 피와 공포 대신, ‘부성애’라는 인간적인 감정을 중심으로 풀어낸 신선한 영화입니다. 딸 수아(최유리)가 좀비가 되어버린 이후에도 그녀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아빠 정환(조정석)의 이야기 속에는 웃음과 눈물이 교차합니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장르적 파괴에서 시작됩니다. 좀비와 가족 드라마라는 이질적인 요소를 조화롭게 엮어내면서도, 장르에 충실한 긴장감과 몰입감을 유지하고 있죠. 영화가 보여주는 정환의 일상은 어쩌면 지금 우리 주변의 누군가가 겪고 있을 ‘가족의 병간호’와도 유사합니다. 그 점에서 좀비로 변해가는 딸을 보며 흔들리는 아빠의 감정선은 매우 현실적이며, 동시에 관객에게 강한 공감을 줍니다. 특히 정환이 딸을 위해 은신처를 만들고, 좀비로 변한 딸에게 매일 도시락을 준비하며 “오늘도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장면은 많은 부모 관객들의 눈물을 자아냅니다. 이처럼 영화는 가족애라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키워드를 통해 ‘좀비’라는 비현실적인 존재를 우리의 삶 가까이로 끌어옵니다.
조정석의 공감 연기와 최유리의 인상적인 존재감
조정석은 이 작품에서 그야말로 혼신을 다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가 맡은 ‘정환’은 전형적인 ‘딸바보’ 캐릭터지만,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선 진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담아낸 인물입니다. 웃기는 장면에서는 특유의 생활 연기로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지만, 딸이 점점 인간성을 잃어갈수록 감정이 깊어지는 정환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몰입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특히 병원 장면에서 딸의 상태가 악화되자 고개를 떨구며 조용히 흐느끼는 정환의 연기는, 배우 조정석의 저력이 무엇인지 확실히 증명해주는 순간입니다. 그 장면에서 저는 숨도 못 쉬고 한참을 바라봤습니다. 반면 최유리는 대사 없이도 표정과 몸짓만으로도 ‘좀비와 인간의 경계’를 오가는 복잡한 감정을 훌륭히 표현해냅니다. 특히 아빠의 냄새에 반응하는 눈빛이나, 어릴 적 사진을 바라보며 움찔하는 손짓 등은 매우 섬세하게 설계되어 있죠. 조여정, 윤경호, 이정은 등 베테랑 조연들도 캐릭터의 개성과 극의 긴장감을 더하며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듭니다. 특히 이정은 배우는 현실 속 엄마 같은 포근함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영화의 정서를 단단히 받쳐줍니다.
기록으로 증명된 흥행과 감동, 그리고 가족의 의미
영화 <좀비딸>은 단순히 재미있는 영화를 넘어선, 감동과 공감을 모두 갖춘 작품입니다. 8월 4일 기준, 개봉 4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서울의 봄’과 같은 속도를 기록했고, 현재는 22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특히 올해 한국영화 중 최단 기간 100만·200만 돌파, 코미디 영화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 등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눈부신 흥행을 이어가고 있죠. 이 흥행의 중심에는 단순히 ‘웃긴 좀비영화’가 아닌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SNS에서는 “부모님과 봤는데 끝나고 말없이 서로 손을 잡았다”, “웃다가 마지막에 엄청 울었다”, “좀비가 나온 영화에서 이토록 뭉클할 수 있나?” 등의 후기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원작 웹툰을 알았던 관객들은 원작과의 높은 싱크로율과 영화의 해석력에 감탄하고 있고, 원작을 모르는 관객들도 전혀 이질감 없이 영화에 몰입하고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공포 대신 따뜻한 감정으로 마음을 채워주는 영화. <좀비딸>은 단순한 B급 코믹 영화가 아니라, 한국 영화가 그려낼 수 있는 새로운 장르의 가능성을 보여준 수작입니다. 감정이 메말랐다고 느껴지는 요즘, 이 영화를 보며 다시금 ‘가족’이란 단어의 울림을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