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이파이브>는 <써니>, <스카우트>로 유명한 강형철 감독이 연출한 2023년작으로, 평범한 다섯 명의 인물이 우연히 초능력을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전형적인 히어로물이 아닌, 한국적 정서를 담은 생활형 초능력자들의 이야기로, 웃음과 감동, 액션과 인간미가 적절히 조화된 오락 영화로 완성되었습니다. 극장에서 관람한 결과, 생각보다 훨씬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생활형 초능력자들의 성장, 인간미가 중심에 있다
<하이파이브>는 영화 초반부터 빠르게 초능력을 얻게 된 다섯 인물의 혼란과 적응기를 리드미컬하게 전개합니다. 등장인물들은 히어로와 거리가 먼 ‘평범하고 약한 사람들’입니다. 누군가는 단순 노동자고, 누군가는 은둔형 외톨이이며, 누군가는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는 인물입니다. 이들이 갑자기 물체를 움직이고, 시간이나 공간을 초월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며 벌어지는 상황은 신선한 충격과 현실적인 공감을 동시에 줍니다. 이야기의 핵심은 능력의 크기나 화려함이 아니라, 이 능력을 통해 서로 연결되고 변화해가는 과정입니다. 캐릭터들이 초반엔 각자의 삶에 갇혀 있지만, 위기를 겪으며 팀워크를 배우고, 서로를 이해하며 진정한 ‘하이파이브’—즉 연결의 순간에 도달하는 서사는 감동적입니다. 특히 후반부 공동의 적을 맞서기 위해 각자의 능력을 조율해 쓰는 장면은, 단순한 능력 자랑이 아닌, 관계의 결실을 보여주는 클라이맥스였습니다. 이처럼 <하이파이브>는 초능력이라는 장치를 통해 결국 ‘우리가 가진 것의 가치’, ‘같이 사는 삶’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코미디 안에 따뜻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녹여냈습니다.
강형철 감독 특유의 유머와 팀플레이 연출
<하이파이브>는 전작 <써니>에서 보여준 캐릭터 중심 유머와 팀 구성의 묘미를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다섯 명의 캐릭터는 능력도 성격도 전혀 다르지만, 그 각각의 개성이 모여 팀이 되는 과정은 유쾌하면서도 따뜻합니다. 강형철 감독은 초능력이라는 비현실적 설정을 매우 현실적으로 풀어내며, 장르적 경계 없이 웃음과 액션, 감동을 절묘하게 배합합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한 캐릭터가 공간을 순간 이동하다가 버스 안으로 잘못 떨어지는 장면인데, 이때 버스 승객들과의 반응, 혼란, 그리고 그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하는 모습까지 매우 빠르고 유쾌하게 전개되어 극장에서 큰 웃음을 유발했습니다. 또한 액션 장면들도 과장보다는 개성에 맞춘 액션으로 구성되어 몰입도를 높입니다. 예를 들어 근력 능력을 가진 인물이 단순히 폭력을 쓰는 것이 아니라, 건물을 지탱하거나 팀원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활용하면서 캐릭터성과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합니다. 강형철 감독은 이런 장면에서 과도한 CG 대신 유머와 감성으로 관객을 끌어당기는 방식을 택했고, 그 선택이 영화 전체의 결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만들어줍니다.
배우들의 찰떡 케미와 연기, 몰입의 핵심
<하이파이브>는 여러 배우들의 ensemble(앙상블) 연기가 빛나는 작품입니다. 이재인, 유아인, 안재홍, 라미란, 오정세 등 개성과 실력을 겸비한 배우들이 초능력을 가진 평범한 인물로 등장합니다. 특히 각 배우가 자신의 능력뿐 아니라 인물의 감정선, 성장 과정까지 디테일하게 표현하여, 캐릭터를 단순한 장치가 아닌 ‘사람’으로 보이게 했습니다. 오정세는 극 중 유쾌하면서도 고독한 캐릭터로 등장해, 감정과 웃음을 모두 이끌어내는 중심축 역할을 합니다. 그의 자연스러운 대사 처리와 순간순간의 표정 연기는 관객을 웃기면서도 울리는 힘이 있었습니다. 안재홍 역시 몸을 아끼지 않는 코믹한 움직임과 진지한 순간의 집중력을 오가며 극의 리듬을 조율했고, 라미란은 늘 그렇듯 강력한 존재감으로 ‘어머니 같은 리더십’을 보여주는 감정 중심축을 맡아 극을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배우들 간의 케미스트리가 매우 뛰어났습니다. 서로의 타이밍을 정확히 알고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들, 위기 속에서의 감정 교류, 다섯 명이 진짜 가족처럼 느껴지는 대목들은 <하이파이브>의 가장 큰 미덕이자 몰입 요소였습니다.
<하이파이브>는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진짜 초점은 사람 간의 관계, 성장, 연대감에 있습니다. 강형철 감독은 장르적 포장을 넘어, 한국적 정서와 팀워크, 소외된 인물들의 치유와 화합을 그려내며 히어로물이 줄 수 있는 감정적 보상을 유쾌하게 완성했습니다. 극장에서 관람하면서 크게 웃기도 하고, 진심 어린 감정에 울컥하기도 했던 작품. <하이파이브>는 단순한 코미디가 아닌, 진짜 ‘사람 이야기’를 전하는 히어로물이었습니다. 가볍지만 결코 얕지 않은 영화, 다시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